[뉴스][7월호]보스턴의통산18번째우승여정 > 스포츠뉴스

보스턴 셀틱스가 마침내 왕좌를 탈환했다.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빅3 시대 이후 리빌딩과 리툴링을 반복하며 우승을 꿈꿨던 보스턴의 오랜 염원이 이뤄졌다. 통산 18번째 우승은 LA 레이커스(17회)를 제친 역대 1위 기록이다. 2008년 우승부터 2024년 우승까지. 16년 동안 이어진 보스턴의 여정을 다시 짚어보자.


*본 기사는 루키 7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무너진 왕조 건설의 꿈


2008년 파이널에서 보스턴이 2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때, 많은 이들은 보스턴이 1개 이상의 우승 트로피를 추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폴 피어스-케빈 가넷-레이 알렌으로 이어지는 빅3 중심의 보스턴은 결합 첫 시즌이라고 하기엔 믿기 힘들 정도로 탄탄하고 견고한 조직력을 자랑했다. 리그 최고의 수비와 터프함을 가진 팀이었다.


하지만 왕조 건설로 바뀐 보스턴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2008-2009시즌 도중 케빈 가넷이 무릎 부상을 당해 시즌아웃됐고, 그 시즌 보스턴은 플레이오프 도중 시즌을 마감했다. 2010년 파이널에 다시 올랐지만 LA 레이커스의 리벤지 쇼의 희생양이 됐다. 3승 4패로 파이널 준우승. 2년 만의 우승 탈환에 단 1승 모자란 성적이었다.


고점은 지났다. 2007년 처음 함께 모일 때만 해도 전성기 끝자락에 있었던 피어스, 가넷, 알렌이 부상과 노쇠화로 힘을 잃기 시작했다. 빅3 중심의 팀이다 보니 로스터 뎁스가 얕아지는 것도 당연했다. 신성 라존 론도가 리그 대표 포인트가드로 떠올랐고 보스턴은 여전히 강팀이었지만, 리그를 압도할 만한 힘을 보여주진 못했다. 마이애미에서 슈퍼 팀을 결성한 르브론의 반지 원정대에 보스턴은 번번이 무너졌고, 레이 알렌은 배신자 평가를 받으며 마이애미에 합류했다. 그리고 2013년 여름 폴 피어스, 카빈 가넷, 제이슨 테리가 브루클린으로 트레이드되면서 빅3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린다.


비난, 브래드 스티븐스


비난이 쏟아졌다. 우승을 위해 자신의 남은 전성기를 헌신한 케빈 가넷,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의 심장으로 여겨졌던 폴 피어스를 트레이드한 보스턴 프런트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보스턴 팬들 입장에서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 마디로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가 그들의 시선이었다.


비난 여론 속에 대니 에인지는 우직히 자신의 선택을 밀고 나간다. 무명 버틀러 대학을 2년 연속 NCAA 토너먼트 준우승으로 이끌며 대학무대 최고의 젊은 명장으로 떠오른 브래드 스티븐스에게 지휘봉을 안기며 코칭스태프까지 물갈이했다. 과감한 결단이었다.


아이재아 토마스, 에이브리 브래들리, 마커스 스마트, 테리 로지어 등이 팀의 주축을 이루기 시작했고, 보스턴은 2016-2017시즌에 50승 팀으로 성장한다. 베테랑 알 호포드까지 합류, 보스턴은 더 노련한 농구를 펼치는 팀이 됐다. 이 기간에 보스턴이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친 것은 2014년 단 한 차례. 보스턴은 여전히 승자였다.











좌절


문제는 보스턴의 승리가 플레이오프에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항상 1라운드 혹은 컨퍼런스 파이널 같은 무대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보스턴은 드래프트에서 지명 가능한 최고의 유망주를 수급했다.


무려 8장의 드래프트 지명권을 행사한 2016년 드래프트에서는 논란 속에서 제일런 브라운(전체 3순위)을 지명했고, 이어진 2017년 드래프트에서는 1순위 지명권을 과감히 필라델피아에 넘기고 3순위로 픽 다운을 선택, 고교 시절부터 지켜봐왔던 유망주 제이슨 테이텀(전체 3순위)을 지명했다. 브라운-테이텀 시대의 서막이었다.


보스턴은 승부수를 과감하게 던졌다. 플레이오프 팀이었지만 늘 한계를 맛봤던 보스턴은 우승을 위해서는 경험치를 충분히 쌓은 엘리트 베테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17년 FA 시장에서 고든 헤이워드를, 시즌 개막 직전 트레이드 시장에서 카이리 어빙을 영입했다. 어빙, 헤이워드, 호포드 등의 스타 플레이어들과 유망주 테이텀, 브라운 그리고 스마트 같은 허슬 플레이어까지 보유한 보스턴은 순식간에 동부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보스턴의 이 승부수는 불운을 만났다. 2017-2018시즌 개막전 도중 고든 헤이워드가 오른쪽 정강이가 골절되고 발목이 탈구되는 끔찍한 부상을 당하며 시즌아웃된다. 이 시즌 보스턴은 55승을 거두며 동부 우승후보의 면모를 보여줬으나 동부 결승에서 클리블랜드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2018-2019시즌, 보스턴은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지만 전력 대비 어수선한 시즌을 보내며 동부 준결승에서 밀워키에 무릎을 꿇었다. 이 시즌도 개막 전에 기대치는 매우 높았으나, 막상 시즌 개막 후에는 케미스트리 이슈가 발생하면서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리고 시즌 종료 후 카이리 어빙은 FA가 돼 브루클린으로 이적, 보스턴 팬들의 철전지 원수가 되고 만다.


제이즈(JAYS) 시대


카이리 어빙은 물론 알 호포드 같은 베테랑까지 2019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떠나보낸 보스턴은 다음 플랜으로 기수를 틀어버린다. 두명의 제이(JAY), 제이슨 테이텀과 제일런 브라운을 중심으로 로스터 구조를 개편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7년에 승부수를 던지며 대권 도전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보스턴이 좋았던 점은 20대 초중반의 어린 주축들을 최대한 지켜냈다는 것이다. 제이슨 테이텀, 제일런 브라운, 마커스 스마트가 그들이었다.


테이텀-브라운은 계속 경험치를 쌓았고 마커스 스마트, 그랜트 윌리엄스, 로버트 윌리엄스 등 드래프트를 통해 직접 수혈한 어린 선수들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2020년, 보스턴은 또 다시 동부 결승에 진출하며 부활을 알린다. 동부 결승에서 마이애미에 무릎을 꿇었지만 의미 있는 성과였다.


2021-2022시즌은 보스턴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시즌으로 남을 것이다.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이 구단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경영진으로 역할을 옮기고, 이메 우도가 신임 감독을 중심으오 역대급 후반기를 보냈던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 시즌 리그 최고급 수비 팀이 된 보스턴은 공격효율지수 7위, 수비효율지수 2위를 기록하는 환상적인 공수 밸런스를 자랑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밀워키, 지미 버틀러가 버티는 마이애미를 7차전 승부 끝에 제압, 2010년 이후 12년 만에 파이널 무대에 컴백했다.


하지만 8번째 파이널에 오른 노련한 골든스테이트를 상대로 보스턴은 한계를 실감했다. 첫 3경기에서 2승을 챙기며 시리즈를 잠시 리드했지만, 이후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아직은 챔피언에 한끝이 모자란 듯한 모습이었다.











탄력성


2022년 파이널 준우승 이후 보스턴에 가장 필요한 것은 탄력성이었다. 우승에 단 2승 차이로 다가갔던 만큼 선수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아쉬움도 컸을 터.


이런 상황에서 이메 우도카 감독이 구단 내부적인 사건으로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보스턴은 더 크게 흔들렸다. 조 마줄라 코치가 급히 감독직을 맡았고, 보스턴은 다시 2년의 표류기를 거친다.


마줄라는 코치 시절부터 지도자로서 높은 기대를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1988년생으로 알 호포드보다도 어린 나이에 감독으로서의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 마줄라가 윈 나우 모드의 보스턴을 우승 트로피 앞으로 인도한다? 사실 걱정과 불안이 먼저 생기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2022-2023시즌 보스턴의 행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57승을 챙기며 동부 2위를 차지했지만 우도카 감독 시절의 강력했던 수비력이 리그 평균 수준으로 하락했고, 공격에 의존하는 팀으로 바뀌었다.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3점슛을 던지고 넣지만, 리그에서 2번째로 적게 2점슛을 던지고 넣는 3점의 팀이기도 했다. 외곽슛에 상상 이상으로 의존하는 보스턴의 농구는 곧 큰 무대에서의 기복과 한계로 이어졌고, 결국 보스턴은 동부 결승에서 8번 시드 마이애미에 무릎을 꿇는다.


마이애미와의 시리즈에서 보스턴은 첫 3경기를 모두 내주며 스윕 위기를 맞았다가 3연승을 챙기며 승부를 7차전으로 끌고 갔는데, 이번 우승 후 나온 현지 보도에 따르면 만약 스윕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면 마줄라는 경질당할 수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마줄라의 입지는 불안했고, 보스턴도 함께 흔들렸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보스턴은 승부수를 던진다. 트레이드 시장에서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를 영입하고, 밀워키에서 포틀랜드로 트레이드된 즈루 할러데이를 다시 트레이드로 데려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스턴은 마커스 스마트, 로버트 윌리엄스 같은 자원들을 과감히 포기했다. 2017년 여름 이적 시장에 이은 6년 만의 초대형 승부수였다.


2021년 밀워키의 우승에 큰 기여를 했던 할러데이는 보스턴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여했다. 뛰어난 대인 수비력과 팀 수비 이행 능력을 활용해 보스턴의 수비를 리그 최고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렸다.(수비효울지수 3위) 보스턴은 할러데이가 프리 롤로 움직이는 지역방어를 활용하며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어냈다. 워싱턴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인 포르징기스는 노련한 스크리너이자 스위치 수비수인 알 호포드와는 다른 색깔을 보여줬다. 픽앤팝 기반의 외곽슛 생산, 포스트업 기반 페인트존 어택, 드랍백 수비를 통한 압도적인 림 보호와 리바운드 가담으로 보스턴의 페인트존 수비를 난공불락으로 변신시켰다.


드래프트 이후 꾸준히 플레이오프 경험을 쌓아왔던 제이슨 테이텀과 제일런 브라운의 기량은 절정에 달했다. 기복이 항상 문제였던 테이텀은 이타적인 플레이를 통해 팀 오펜스를 살리는 데 집중하며 파이널에서 댈러스 수비를 휘저어 놓았다. 왼손 돌파가 약하다는 약점이 있었던 제일런 브라운 역시 안정적인 플레이를 통해 2년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위기, 고비마다 무리한 샷 셀렉션과 경기를 놓아버리는 습관은 조 마줄라 감독이 이번 시즌 가장 바꾸려고 했던 보스턴의 좋지 않은 문화이기도 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마줄라 감독은 이를 수정하기 위해 시즌 내내 선수들을 꽤 불편한 방식으로 푸쉬했다는 후문이다. 이타적이면서도 시스템을 철저히 활용하는 보스턴의 농구는 그렇게 완성됐다.


결국 보스턴은 올해 플레이오프를 16승 3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마무리,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우승 팀 중 하나로 남게 됐다. 알 호포드는 데뷔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테이텀은 우승 후 “다들 이제 뭐라고 말할 거야?(What they gon say now?)“라고 외치며 마음껏 포효했다. 파이널 MVP를 거머쥔 제일런 브라운은 7년 전 드래프트 당시 자신에게 쏟아졌던 의심의 시선, 지난해 여름 연장계약 당시 쏟아진 비판 여론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역대 가장 스토리가 많은 우승 중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테러 태그 방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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