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희생도할수있고주인공도될수있는파즐리,삼성화재전술의든든한상수가됐다 > 스포츠뉴스

지금 파즐리는 삼성화재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삼성화재가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우리카드에 3-1(23-25, 25-18, 25-16, 25-21) 승리를 거뒀다. 1라운드 풀세트 혈투 끝의 패배를 갚아주는 승리였다. 적지에서 얻은 승점 3점이라 더욱 귀중하기도 했다.

최근 삼성화재의 모든 경기가 그랬듯, 이번 경기에서도 팀 전술의 핵심은 알리 파즐리(등록명 파즐리)였다. 단순히 공격력이 올라왔기 때문은 아니었다. 경기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가 엄청난 짐을 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세트의 로테이션을 살펴보면, 파즐리는 4번 자리에서 출발하는 로테이션을 배정받았다. 그의 맞은편에는 박준혁이 위치하고 있었다. 상대 블로커 중 가장 높은 블로커를 앞에 두게 된 것. 반면 블라니미르 그로즈다노프(등록명 그로즈다노프)는 2번 자리에서 맞은편에 한태준을 둔 채 경기에 임했다. 높이의 차이가 있기에 당연히 공격의 난이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파즐리는 아포짓의 본업이 아닌 리시브에도 가담했다. 그는 그로즈다노프가 1번 자리에 서는 로테이션에서 그로즈다노프를 숨겨주고 전위에서 리시브를 대신 받는 역할을 수행했다. 리시브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파즐리의 장점을 활용해서 그로즈다노프가 공격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었다. 이 모든 전술적 선택들은 최근 공격력이 부진한 그로즈다노프를 살리기 위해 파즐리가 희생을 하는 그림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정작 1세트의 양상은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일종의 전술적 보조 장치를 장착한 채 공격에 임한 그로즈다노프가 범실 3개‧공격 효율 20%를 기록하며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오히려 희생적인 플레이를 한 파즐리는 단 하나의 범실도 저지르지 않고 블로킹 1개 포함 8점을 올리며 공격에서 훨씬 든든한 모습을 보여줬다. 요약하자면 가장 힘든 자리에서 본업이 아닌 역할까지 해내면서 본업도 훌륭하게 소화한 것이다. 

파즐리의 준수한 다방면 활약에도 불구하고 1세트를 패하자 결국 김상우 감독은 그로즈다노프를 빼고 김정호를 투입했다. 효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그로즈다노프가 있을 때와 달리 김정호가 6번에 위치할 때에도 파즐리는 공격에만 집중하며 오른쪽으로 바로 움직일 수 있었던 덕에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김정호 역시 공수 양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삼성화재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1세트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이었다. 파즐리는 공격 성공률 85.71%로 6점을 터뜨리며 팀 공격의 주인공 역할을 했고, 김정호가 공격 성공률 80%로 4점을 보태며 두 선수는 함께 2세트 승리를 견인했다.

3세트에도 두 선수의 활약은 이어졌다. 김정호는 초반부터 강서브와 연타 서브를 섞어 우리카드의 리시버들을 흔들며 손태훈의 연속 블로킹에 기여했고, 파즐리는 팀 반격을 진두지휘하며 리드를 견인했다. 10-7과 20-14에서는 김정호가 각각 왼손과 체공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는, 개인기가 돋보이는 장면도 만들었고, 파즐리 역시 세트 막바지에 알리 하그파라스트(등록명 알리)와의 전위 맞대결에서 한 수 위의 노련함으로 손쉽게 득점을 만들었다. 두 선수의 활약에 이호건과 손태훈의 날선 경기력까지 더해진 삼성화재는 3세트도 완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4세트에는 파즐리가 세트 시작부터 연속 범실을 저지르며 조금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자 김정호가 파이프와 서브 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꾸며 파즐리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여기에 이시몬의 연속 블로킹까지 더해지자, 파즐리도 기운을 차렸다. 8-4에서 반격 백어택과 서브 득점을 몰아치며 다시 힘을 냈다. 16-12에서는 중앙으로 시간차를 파고들며 바깥쪽으로 다시 코스를 돌리는 기술적인 공격도 성공시킨 파즐리였다. 이후 파즐리를 포함해 모두가 제몫을 한 삼성화재는 세트 중후반부에 찾아온 고비를 넘고 4세트까지 따내며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었다.

파즐리의 이날 경기 최종 기록은 서브 득점 2개‧블로킹 1개 포함 32점이었다. 공격 성공률도 63.04%로 높았다. 한국전력과의 2라운드 맞대결을 기점으로 파즐리의 경기력은 확실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태다.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지난 시즌 여자부의 메가와티 퍼티위(등록명 메가)가 보여줬던 아시아쿼터 OP-외인 OH 쌍포 조합의 또 다른 성공 사례를 만들 수도 있는 파즐리다.

파즐리는 이날 경기 내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보여줬다. 1세트에도 팀은 패했지만 파즐리는 다양한 롤을 소화할 줄 아는 선수임을 증명했고, 2세트부터는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팀을 이끌었다. 그는 상황에 따라 희생적인 플레이도, 주인공의 플레이도 할 줄 아는 삼성화재 전술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시즌 내내 많은 변수를 떠안은 채 고민을 해야 할 김 감독에게 파즐리만큼은 확실한 상수가 돼주고 있다.

사진_KOVO 테러 태그 방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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