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바다야
조회 : 297
추천 : 6
24-04-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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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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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아이를 보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아이
하지만 나와 함께 살아갔어야만한 아이
다 크고 나서 만나 어쩔수 없이 나와 살게 되었지만 늘 방에 외로이 지내고 어쩌다 한번 나와 함께 나가면 즐겁게 주변을 돌아보던 그 아이를 오늘 보냈다.
넌 순식간에 나이를 먹고 어느 순간부터 내말을 듣지 않는것을 보고 난 뒤늦게 귀가 안들리기 시작한 것을 알았고 갑작스럽게 벽에 부딛히는걸 보고 난 너의 눈이 보이지 않게 되는걸 알았다.
나이가 들어가도 식욕만은 잃지 않았지만
나의 욕심에 나의 관리하고자 하는 마음에 밥을 못먹는 일도 많았고 어느날 뒷다리에 힘이 안들어갈 정도로 야윈 너를 보았다.
그리고 어느날 밤새 괴로워하며 비명을 지르는 너를 보았고
나는 그 소리가 괴로워 병원에가고 약을 먹이고 밥을 챙겼다.
괴로워하는 너가 아닌 그 소리에 짜증나는 나를 위해.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고 너의 비명소리가 나에게 익숙해져갈때
나는 그런 상황이 견딜만 하다고 생각했다.
넌 밤새 괴로워 비명을 질렀지만 난 익숙해져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넌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방에서 외로이 숨을 거두었다.
난 그 모습을 보고 안도의 감정이 먼저 느꼈다.
너가 괴로워하면서 혼자 눈을 감았을 때의 외로움보다 나는 이 상황의 끝남을 안도하고 너를 보낼 방법을 찾고 뒷정리를 하는데 정신이 나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너를 보내면서
제대로 감지못한 너의 눈이 이제서야 감겨있는 모습을 보고 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제서야 너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세상속에서 미미하게 느껴지는 냄새와 촉감으로 살아갔을 너에게
나는 맛있는 밥과 간식을 배부르게 주지도 않았고 그 작은 쓰다듬음조차 자주 해주지 못했다.
마지막 너를 화장하며 너에게 남기는 밥과 간식들. 조금 더 일찍 더 많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제 너는 저 고온의 화장설비안에서 다 타고 가루만 넘겨져 나에게 돌아오겠지.
미안하다. 그리고 고마웠다.
부디 너가 갈 그곳에서는 아프지말고 배부르고 즐겁게 뛰어 놀기를 ...
잘가. 바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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