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출 비긴즈
조회 : 358
추천 : 1
24-05-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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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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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병장을 갓 달았을 시절 즈음의 일로 기억한다.
아주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당시엔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 조차 제대로 보급이 되어있지않아
가만히 앉아있기만해도 땀이 줄줄 흐르곤 했었다.
당시의 나는 소위 말하는 '풀린 군번'으로써,
나의 맞후임과도 당장 5기수. 약 2개월 정도가 차이가 났었다.
그로인해 이병시절부터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하에
온갖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해왔었고
꼴에 그런 시절을 견딘것이 훈장이 되어,
갓 병장을 달고 분대장이 된 나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다녔다.
* 나의 맞선임과 맞맞선임이 해병대에 어울리지 않는 상당히
유순한 인물이었던것또한 내가 파워를 기르기 좋은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당시 풀린 군번이었던만큼 내 맞선임과 나는 제법 차이가 났지만
내 맞후임과 나는 1기수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으며,
그 뒤로도 계속 후임들이 들어와 상당히 막내생활을 짧게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부대내에서의 속칭 '파워'는 기수뿐 아니라
동기의 유무도 중요했는데 아쉽게도 난
동기가 한명도 없었지만 당장 내 맏후임 부터는
동기가 최소 서너명씩은 있었다.
덕분에 나는 엄연한 선임임에도 그들과 늘 엮여서
함께 다녀야했고, 함께 혼났으며, 함께 뺑이를 쳐야했다.
이제와 생각하면 다 좋은 녀석들이었지만
당시의 나는 그것이 상당히 부조리하게 느껴졌고
특히나 꽤 뛰어난 편이었던 내 맏후임 때문에
늘 비교당했던 열등감또한 있었던것같다.
평판이나 실적만 보면 내 맏후임이 분대장을 다는것이 맞았지만
그나마 자랑할것이라고는 가혹행위와 정치질밖에 없던 나는
기어코 분대장 자리를 꿰찼으며,
곧이어 병장을 달자마자 근접기수들과 확실히 선을 긋고
이참에 파워를 길러야겠다는 생각에
온갖 쓰레기같은 가혹행위를 다 했었다.
모든 해병대에 구타,가혹행위,성추행등의
통칭 '악기바리'가 있었던것은 결코 아닐것이다.
하지만 분명 내가 몸을 담았던 부대에는 그것이 실존했으며,
이 회고록은 당시의 일을 여과없이 기록하여
내 자신의 못난 과오를 반성하고, 또 혹시 이 글을 읽게될
예비 후배들에게 절대 후회할 선택을 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아 작성함을 밝히는 바이다.
다시 얘기는 처음으로 되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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