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압) 직접 겪은 군대에서 헛것 본 썰
조회 : 497
추천 : 1
24-04-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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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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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복무한 곳은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12사단으로, 사건은 내가 gop에서 복무하던 상병 초 쯤에 일어났던 것 같아.
그 날은 새벽 순찰을 가기 위해 3시 즈음 상황병이 나를 깨웠고, 부소초장과 함께 막사를 나섰어.
마침 순찰을 가기 직전까지 비가 내렸고 순찰에 임할 때 즈음 비가 걷힌 터라 물안개가 자욱했으며 구름 사이로 간신히 들어온 달빛과 투광등 불빛에 의존해 조심히 순찰을 돌아야하는 날이었어.
이야기에 앞서 알아두어야할 gop 괴담이 있는데, 모르는 개붕이들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북한군에는 신병이 들어왔을 때 신고식으로 우리나라 철책을 터치하고 오거나 잘라오는 걸 시킨다는 괴담이 있어.
실제로 gop에서 철책검사를 하다보면 말도 안되게 두꺼운 철책들이 간혹 한 가닥씩 절단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어.
소초장, 중대장들은 그냥 바람에 의해 끊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쉽사리 믿기 힘들긴 하지.
아무튼, 그 날은 위에서 말했 듯 비가 내렸던 터라 모든 사물들이 유독 노란 투광등 빛을 잘 반사하여 번쩍번쩍하던 터였더랬다.
나는 나름 군대에서 경험하는 걸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는 주의였어서, 순찰도 FM으로 열심히 돌았다.
입으로는 부소초장의 시시콜콜한 연애상담을 하고 있지만 눈은 철책 너머에서 떼지 않았지.
철모 2개가 있더라.
철모 2개가 우리를 언덕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있더라.
한 50m정도 될까
간신히 투광등 빛이 닿는 그 마지막 경계선 정도에... 그 두 개가 있더라.
부소초장이 다음 초소의 초병들이 쳐자고 있을지 안자고 있을지, 기습해서 놀래키고 벌점을 줄지 아니면 일부러 소리를 내며 다가가서 깰 시간을 줄지를 고민하며 나에게 농담을 거는 그 짧은 1분 남짓한 시간 동안에도
그 완벽하게 동그랗고, 까맣고 번쩍이던 두 물체는 우리를 응시하고 있더라.
그리고 다음날 낮에 가보니까 거기에 동그란 물체 같은 건 없었어...
이 전에 노크귀순이니... 우리 때 발목지뢰 사건이니 뭐니 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였던 거 같아.
그래서 혼자 착각한 건 아닌가 싶네.
아 부소초장한테는 말을 안했던 게... 아닐거라는 생각이 우선 1순위였고... 괜히 말했다가 욕만 쳐먹을 것 같기도 했고 만에 하나라도 진짜 북한군이었고 재수없이 교전까지 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적고 보니 글재주가 없어서 별로 와닿지가 않는구나
그래도 나는 이 일을 떠올릴 때면 그 날의 습도, 기온, 냄새 등이 같이 떠오르며 아직도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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